기억도 안날만큼 까마득한 어린 시절, 내 인생의 첫 기억은 차갑고 어둡고 축축한 숲 속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당신의 눈. 그리고 내밀어졌던 그 새하얗고 따뜻했던 손이 온기로 시작합니다.
열네 해의 기억
기억도 안날만큼 까마득한 어린 시절, 내 인생의 첫 기억은 차갑고 어둡고 축축한 숲 속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당신의 눈. 그리고 내밀어졌던 그 새하얗고 따뜻했던 손이 온기로 시작합니다.
당신은 내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먹여주고, 키워주며 늘 웃으면서 쓰다듬어줬습니다. 내게 당신의 웃음은 오두막 안에서 조용히 타오르던 장작불보다 더 따스했었습니다.
철부지 꼬마에서 풋내기 소년이 되었을 무렵, 이상하게도 당신을 보면 심장이 간질거렸습니다. 당신이 웃을때 마냥 따뜻했던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에 열이 올라 눈도 마주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싫지 않아서 내 시선의 끝은 늘 당신에게 머물러있었습니다.
아직도 선명하리만치 기억납니다. 그 지옥의 날 전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고 달빛 아래에 있던 당신의 표정은 무언가를 결단한 사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서 굳어있었습니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요. 오두막의 문이 부서지고 여럿 고함이 들려올때 나는 그 혼돈속에서도 당신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순순히 그들에게 몸을 내어주고, 반항 한번하지 않고 잡혀주었습니다. 목이 터져라 당신을 불렀으나 끝끝내 당신은 나를 돌아봐주지않았습니다. 마을 광장에서 빌어먹을 신의 뜻이라며 당신을 그 불구덩이속에 밀어넣을때. 그 시뻘건 화마가 당신을 잡아먹는 그 모습은 내가 죽어서도 잊혀지지않을것처럼 내 망막에 문신처럼 새겨졌습니다.
목이 터져라, 눈에서 핏줄이 터지도록, 신이 벗어던져져 맨발이 살갗이 돌에 긁혀 피가 나도 당신을 불렀습니다. 제발. 제발. 당신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나를 만난게 죄였습니까? 내가 당신을 지옥불로 밀어넣게 했던겁니까? 아, 마녀님. 나의 마녀님. 안됩니다. 가지마세요, 나를 두고 가지마세요. 이 지옥속에 나를 두고 떠나지마세요.
저는 그간 수도원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자라서는 당신과 같은 이들을 잡는 마녀 사냥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의 뜻을 속살거리던 자들의 역겨움을 비웃으며 제 등에는 거꾸로 짊어진 십자가가 새겨져있습니다. 마녀님, 저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나를 그 숲속에서 거둬주고 키워주며 인간으로 만들어준 자는 당신인데, 당신이 제 신이 아니면 누가 신입니까?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 또 저를 버리실겁니까?
제가 당신께 쓸모가 없는 존재입니까?
저를 봐주십시오. 다시 웃어주십시오.
나의 마녀님, 나의 절망.
이제 다시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나의 것.